안녕하세요

가짜냄비입니다.
벌써 호주에 온 지 어언 두 달 반 정도가 되고 있어요.
잘하고 있는 점은
일은 잘 구해서 잘 다니고 있고요
돈은 왜인지 모이는 게 없지만... 적어도 한국 돈 까먹고 있지는 않은...
인터뷰나 트라이얼 보고 떨어진 적 0회!
여태까지 4번봤는데 다 붙었다지요! (브이)

근데 뭐랄까
제가 메인으로 다니는 일들은 다 한국인 포함 동아시아인이 많이 없거든요?
(*추가: 최근에 한국인이 매니저인 곳 가봤는데 그건 그거대로 잣같았음 나중에 정리해 볼게요)
그니까 좀 뭐랄까 쪼그라드는 게 있었어요
저는 그냥 통상 그걸 "영어통"이라고 불렀는데

일한 기간이 이제 두 달 가까이 되어가고 앞서 말한 한국인 매니저랑도 일해 보면서 느낀 게
영어도 영어인데
내 태도의 문제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네요 ㅋㅋ

그니까 처음에는
"나를 잘 껴주지 않는다"
"너무 말이 빨라서 못 알아듣겠다"
결국 영어가 문제임 :(
뭐 이런 식으로만 생각을 했거덩요?
뭐 그것도 맞아요...
이게 직원-고객 혹은 stranger-stranger로 호주 구성원들을 만날 때랑
동료로 만날 때는 꽤 갭이 있다는요
그래서 내가 '호주니까'라고 생각하고 기대한 것보다는
엄청 포용적이라거나 친절한 건 아니라서 혼자 실망한 부분도 있고
다 맞는데
내가 너무 관성적으로 움직인 탓도 있다는 거임
하나씩 정리해보겟뜸

1. 아무 생각이 없는데 사회적 맥락도 다르다.
사실 친해지려면 스몰톡을 해야 하고 뭐라도 쥐어짜내서 물어보고 해야 하는데
나는 이미 친하거나 친해지고 싶은 상대가 아니면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게 불편하지가 않은 타입임

그치만 한국에서는
모두가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스몰톡을 시작하는데 어떤 주제가 좋은지 어떤 걸 재미요소로 삼아야 하는지 꽤 명확하기 때문에 부담감이 없는 것도 사실임
그렇기에 아무 생각이 없지만 스몰톡을 하는 게 솔직히 어렵지 않음
공통점 찾기도 쉽고...
근데 여기는?
애초에 너와 나의 공통점도 모르겠고
이걸 물어봐도 되는지 모르겠고
뭐가 밈인지 모르고...
기본적인 걸로 쥐어짜 내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어느 정도 얘기하면 그냥 이 상태가 됨.
이건 문화적 측면이고요,
언어적 측면에서는
2. 어쩔 수 없음. 영어가 딸림
례.
저가 그냥

이런 상태이기도 하지만은
관심 있게 듣다가도 혼자 놓쳐서??? 상태가 되는 적도 사실 존나 많음요;
다들 하하하 웃을 때 그냥 따라 웃은 사람이 된 경험 9789회...

제가 여기 와서 놀란 점은...
말하기도 말하기인데 듣기가 존나 안된다는 거였어요...

이건 뭐 공부하고 어쩌구 해야겠죠
샤갈!
듣기통을 겪으면서 왜 연애하면 언어가 확는다고 하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는 게
이게 일한다고 느는 수준이랑 원어민이 옆에 붙어서 다시 말해주고 패러프레이징해 주고 말대꾸해주고 하는 수준은 차원이 다를 듯...
지피티야 되어줘, 나의 남편이.

3. 내가 가진 비아시아인에 대한 장벽
한국에서는 적당히 모르는 사이라고 하는 사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동료인 경우에는 사실
그냥 서로 적당히 모른 체하다가도... 일하다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협력. 요정도?
약간 이러지 않나요?
너무 친근하게 구는 게 더 부담인 느낌...
근데?
여기서는 아닌 거 같더라고요?
그럼 지들이 먼저 인사하고 친하게 굴면 되긴 하는데; 지들도 쳐 안 해놓고 기분 나빠하는 거 같아서 나도 좀 어이없음;

뭐 어쨌거나 내가 변할 수 있는 부분만 얘기하자면
나는 나대로 그냥
"어색해서"
"너무 나대는 거 같아서"
그냥 어물쩡~ 구는 부분이 있었음요
인사든 스몰톡이든... 표정이든...

어쨌건 한국에서는 이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일한 지 얼마 안 된
아시안 여성, 즉 나랑 비슷한 사람이 아니면...
모두에게 새침데기 모드로 질알떨고 있었던 거임...

ㄹㅇ 안 짤린 게 용함
일은 제대로 하고 잇다는 거겠죠 뭐...
걍 내가 최근에 이걸 인지하고 되돌아보니까 좀 재수없고 싸가지 없게 느껴졌을 것 같음... 쩝스;;

4. 그래서...? 난 모든 이들을 일본인 소녀라고 생각하기로 햇다.
제 오늘 꿀팁입니다.
이 꿀팁을 생각해 낸 건 말이죠....
친구한테 일하는 곳에서 동아시아인 좀 뽑았으면 좋겠다고 한탄하고 있었음
근데 그 말을 계속하다 보니까
어? 내가 동아시아 여자면 어떻게 하더라? 를 생각해 보게 됨
음.
네.
제가.
어쩌냐구요?

이지랄로피테쿠스로 다가감...
너도 영어 부족하지? 나도 영어 부족해!
너도 동아시아에서 왔지? 나도야!
우리는 그래도 좀 비슷한 게 있지?
이런 마음이 깔리면서 상대적으로 뻔뻔 당당해짐
결국 뭐다?
이런 기세가 필요한 것이었음을...
깨달아벌엿음...

그리고 나서
모든 이들을 일본, 대만 소녀라고 생각했더니 놀랍게도 마음이 좀 편해지는 거 있죠? (제 기준 마음이 편한 상대이니 지랄노, 저도 대충 한국소녀입니다. 대충 본인이 편하게 생각하는 집단으로 상정하세요.)
본인
해외살이 전무
외국인과 오래 교류할 일이 많지 않았다보니
너무 스스로에게 지랄하기보다는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

아 근데 제가 일하는 곳이 솔직히 에바다 싶을 정도로 서양인을 선호함 (ㅋㅋ)

물론 인종으로 뽑는 게 아니겟죠. 여러 요소와 함께 영어를 잘하는 게 중요한 기준이겠죠!! 그래야만 하고!!
제가 제일 영어 찐따고 다 저보다 이해 잘하고 말도 잘 함
그래도.... 어쨌거나 (나를 위해) 동양인 파이가 좀 커졌으면 좋겠음
그러려면 내가 잘해야겠지.. 샤갈!!

또 여기가 그냥 한국 일로 쉽게 치환하면 존나 예식장 같은 느낌인 곳인데... 그래서인지 동료들도 기본적으로 연령대가 좀 어리 고인물도 뒤지게 많음
그리고... 예식장 st 아시죠... 매니저들마저도 양끼 애짐 ㅠ...
그래서 솔직히 안 친해지고 싶음!
쌰갈!

내 취향이 없는 걸 어쩌란 말임 ㅠ
전 취향의 폭이 적은 선택받지 못 한 아이란 말이에요...
그래서 항상... 사람 크게 가리지 않고 좋아하고 친해질 수 있는 사람들을 대단히 여겨왓음...
암튼...

네.
다시 돌아와서요.
근데 갑자기 180도 변해서 동료들에게 푸흐흐, 안녕요, 여러분 :) 하면 그것도 존나 소름이겠지만
어차피 180도로 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적당히 변해가며 도전해 보겠어요.

푸흐흐 안녕요, 여러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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