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혹은 생각

아이폰12냐 프로냐 아니다 갤럭시다의 논쟁 / 3년만에 핸드폰을 샀다는 이야기

구새주 2020. 10.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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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SE 실사용을 3년 했는데, 1년쯤 지났을 때 이미 살짝 질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새로운 '아이폰'을 갖고 싶었다.

 

그래도 만족감 100%였던 SE

 

 

아이폰 X은 꽤 마음에 들었다. 이 때 처음 노치디자인이 나왔는데, 다들 탈모라며 놀렸고 나또한 놀렸지만... 금방 예뻐보였다. 그래도 1년 만에 핸드폰을 바꾸는 건 나와 SE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꿀떡.

그리고 아이폰 11. 나는 별로였다. 메인 컬러가 파스텔톤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고가의 전자기기에 그런 색이 들어가는 건 불호다. 그렇다고 사과녀석이 블랙 계열을 잘 뽑아준 것도 아니었다만 프로 색은 예뻤다... 스페이스 그레이, 미드나잇 그린 최고! 이 녀석들이 (내 기준) 예쁜 컬러를 프로로 몰고 있었다. 다들 욕하는 인덕션도 그냥 괜찮았다. 근데 멀쩡한 SE를 보니 갈아타기는 좀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덧 SE사용 2년 차 중반... 갤럭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1. 전화 수신 중에 스팸 유무 확인이 안된다.

안드로이드는 후후나 티전화를 깔면 어디서 전화가 오는지 알려준다. 그게 그리워졌다. 나는 모르는 번호는 안 받는 편인데, 그러다가 필요한 전화를 놓치는 경우도 생기니 좀 불편했다. 그렇다고 모든 전화를 다 받는 것은 귀찮다. 열심히 영업하시는 분을 바쁘다며 매몰차게 거절하는 것도 감정 소모가 되는 거 같아 피하고 싶어졌다.

 

2. 통화 중 녹음이 안된다.

사실 녹음을 할 일이 많지도 않지만, 아 녹음하면 끝인데! 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기 마련이다. 귀찮은 애플녀석. 얼굴만 반반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에 나온 아이폰12가 전반적으로 마음에 안 든다.

 

1. 아이폰 12는 색상이 왜 그럴까.

말해 뭐해. 색깔이 후지다. 그리고 뒷면 유광. 100만 원씩 쓰면서 묘하게 성에 안 차는 걸 사고 싶지 않다. 아예 가성비로 주던가!

 

2. 아이폰 12 프로는 옆면이 왜 그럴까.

색깔은 11에 이어 프로가 아주 끝장난다. 그리고 뒷면 무광. 그런데 옆면이 유광 스테인리스라 지문이 엄청 묻는다고 하더라. 너무 싫다. 물론 초반 1-2년은 커버를 씌워 고이고이 모시기 때문에 상관은 없겠다마는 갈아타기 직전은 생폰으로 써줘야 맛이다. 그때 지문 덕지덕지 되는 거... 130만원짜리가 그런다고 생각하면 빡친다. (이럴 바에는 작년에 11프로를 샀어야 했는데!) 그리고 130만원 이상을 투자하면 핸드폰이 나보다 상전이 되는 느낌이다. 핸드폰 정도는 적당한 귀중품이 되어주었으면 하는데 아주 아주 귀중품이 되는 느낌이 별로다.

 

 

옆면도 무광이었더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폰12를 끝까지 고려했던 이유.

 

"애플 워치가 예쁘다."

얘네의 장점은 예쁘다. 그리고 예쁘다. (끝) 갤럭시 워치류는 진짜 시계 같다. 이왕 차는 거 전자기기의 매력을 뿜어냈으면 좋겠건만, 동그란 모양이 영 시계같다. 이렇게 불만을 토해내니 주변에서는 시계한테 시계 같다고 뭐라고 하냐고 웃었다. 뭐 암튼, 애플 워치 SE가 정상적인 녀석이었으면 다시 사과농장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가성비 녀석은 발열 문제로 시끄러웠고, 선택지는 애플 워치 6 뿐이었다. (굳이 지금 3을 사고 싶지는 않았다.) 60만원 되는 서브 기기를 들이고 지금 폰 유지를 할까? 아니면 둘 다 새로 사? 그럼 200만원이 깨진다! 하는 고뇌의 과정을 며칠간 겪고 말았다.

 

사실 아이폰12가 공개되기 전, 삼성의 S20 FE 모델도 공개됐다. 가격이 조금 싼 대신 뭐가 많이 비어있지만, 폰으로 대단한 걸 하지도 않는데 100만원 이상 투자하는 게 별로인 그렇다고 플래그십이 아닌 A시리즈는 좀 그런 사람에게는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

 

그래서 10월 초에는 FE로 마음을 굳혔다. 아이폰12가 나온다고 해도 갤럭시로 갈 생각이었다. 삼성디지털플라자에 가서 실물도 보고 왔다.

 

그러다가 갑자기 애플 워치가 갖고 싶어진 바람에 갤럭시를 향한 여정에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내 언젠간 사겠다.

 

 

워치가 갖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주 개인적인 바람인데- 스마트폰을 대체할 '어느 정도의 기능만 갖춘' 피쳐폰을 쓰고 싶었던 나의 마음을 워치가 충족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셀룰러 모델을 사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별도의 워치 요금제를 사용해야 한다. 워치 요금제는 알뜰폰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3사에 가입을 해야 되고 결국 추가되는 '월 단위' 금액이 너무 커지는, 아주 극악무도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셀룰러가 없는 GPS 모델을 내 욕망을 채워주지 못하는가? 그렇다. 60만원을 투자하는 이유는 핸드폰과 떨어져도 기본적인 핸드폰의 기능을 쓸 수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음에 있었는데, GPS는 근처에 아이폰이 없으면 제기능을 못해낸다는 거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워치 요금체계에서 내가 원하는 퍼포먼스를 뽑아내기에는 월 단위 요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워치에 대한 마음은 접었다. 이는 제조사의 문제가 아니라 요금제의 문제이므로 갤럭시 워치로 가도 문제는 동일하다. 

 

 

 

 

자, 그럼 결국 아이폰이냐 갤럭시냐의 문제다.

 

애플 워치를 배제하면 굉장히 간결해지기 때문에... 라고는 하지만 결제를 누르는 순간에도 애플워치를 고민했다. (알뜰폰도 워치 요금제를 출시하라!!)

 

그럼 가장 중요한 왜 핸드폰을 바꾸고 싶은가, 라는 아주 핵심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1. 카메라가 구리다.

실사용은 3년이지만 내가 구매할 당시에도 SE는 최신 기종이 아니었다. 아마 아이폰7인가 8이 나왔을 시기였던 거 같다. SE자체는 굉장히 만족한다. 가볍고, 휴대하기 편하다는 게 이 애의 핵심 장점인데, 핵심 단점이라면 요즘 녀석들에 비해 카메라가 한참 떨어진다.

 

2. 용량이 부족하다.

애플은 용량 장사를 한다. 안드로이드 대부분이 SD카드 확장 슬롯을 가능하게 해 주지만 말이다. 2년 정도 쓰니 64GB가 간당간당하다. 요즘은 사진을 잘 안 찍어서 용량이 남긴 하지만, 용량이 없어서 사진을 찍기 귀찮아진 것도 있으니까.

 

3. 액정이 이상하다.

언제부턴가 인지 뭘 보고 있음 자꾸 위로 올라간다. 터치 인식이 잘 안 되는 건지 뭔지. 이런 거에 무던한 편이라 평소에는 그러려니 하지만 가끔씩 진지하게 글을 읽다가 위로 올라가면 화가 좀 난다. 그리고 하나 더. 액정에 줄이 생겼다. 하하. 사실 이것도 평소에 잘 인식되지는 않는데, 가끔 눈에 띄면 좀 그렇다.

 

그리고 내가 핸드폰을 아주 잘 활용하는 하드 유저냐? 그렇진 않다. 사용량으로 치면 하드 유저라는 멍에(...)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은 활용도가 다양하지는 않다. 잘 보고, 잘 찍으면 되는 정도다. 프로 수준의 플래그십 아니 기본 플래그십 정도도 사실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갤갤이

 

 

 

 

그래서 내가 고른 것은 S20FE인데, 이슈가 몇 개 있지만 발열이나 발화 같은 것만 아니면 됐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멀티 터치에서 문제가 있다는데 나는 핸드폰 게임도 잘 안 하는 편이라서 크게 상관이 없겠다 싶었다. FE가 어떤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는지는 영상과 블로그를 하도 찾아봐서 줄줄 나올 것 같지만, 내 기준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1. 뒷면이 플라스틱이다.

이건 나에게 장점이다. 실제로 보니 싸구려 같은 플라스틱도 아니었다. 무광에 잘빠진 플라스틱이었고, 과거의 갤럭시 친구들도 모두 플라스틱 출신이었다. 후면이 유리인 최신의 핸드폰을 가진 주변인들을 보면 깨진 사람이 태반이라 부담스러운 느낌이다. (그렇다고 FE가 가볍진 않다.)

 

2.  비교적 싸다.

핸드폰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5-60만 원 대면 만족을 더 했을 텐데 :) 사실 그 정도 가격의 핸드폰도 있지만, 그래도 나름의 최신폰과 플래그십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정도로 협상하고 싶었다. 

 

3. 화면이 크다.

무려 6.7인치. SE가 홈버튼이 있는 4인치임을 감안했을 때 아주 어마어마한 사이즈가 되시겠다. 장점이자 단점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전에 쓰던 폰도 굉장히 큰 사이즈의 폰이었던지라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크니까 불편해서 덜 쓰려나'하는 기대감도 갖고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잘 적응해서 더 많이 이용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가라!

 

 

 

핸드폰 교체를 벼르고는 있었다만, 꽤 충동적인 클릭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몇날 며칠 고민하고 검색하는 게 머리 터질 것 같은 와중에, 쿠팡에서 S20FE가 조금 저렴하게 나왔길래 후다닥 생각정리를 하고 후다닥 결제버튼을 눌러 버렸다. 그리고 멋진 합리화를 하기 위해 타자를 치는 중이다. 뭐, 이렇게 된 이상 잘 써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쿠팡에 쓰는 2900원은 정말 아깝지가 않다. 핸드폰도 다음날 새벽에 오는 세상이라니. 로켓배송 만세.

 

 

 

 

작성일 10월 27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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