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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평화를 주는 알쓸인잡

ndb 2023. 1. 2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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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새 재밌게 보고 있는 알쓸인잡! 자극적인 프로그램의 범람 속에 피어오르는 평화의 향이랄까.
 
하나 얘기할 점은 1화가 다소 노잼이다. 2, 3화부터 확 좋아지는데 아무래도 신규 출연자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처음엔 새로 온 분들이 김영하 작가, 김상욱 교수에 비해 내공이 부족해 보여 아쉽기도 했다. 여기서의 내공이란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지식을 갖췄다는 의미다. 
 
그런데 보다 보니 '출연자 4명 모두 제너럴리스트일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채경 박사, 이호 교수는 각각 천문학, 법의학이라는 낯선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로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달 과학자 심채경 박사님을 여기서 처음 봤는데 너무 매력 있다. 항상 (✿◠‿◠) 이렇게 말랑하게 웃고 계셔서 말랑이인 줄 알았는데 너무 멋있잖슴; 
 
 

내가 오늘 너무 잘했다는 이유로 나를 사랑한다는 게 아니거든요.
잘못한 점도 있고, 부족했던 점도 있고, 근데 그걸 그냥 인정하고 수용하는 거예요.
나의 부족한 면을 받아들이지 않고 나의 예쁘고 멋진 모습만 사랑하면 허울만 있는 거죠.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이 되는 거구요.

 

제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10점이요. 남이 평가하면 5점, 7점, 실격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나라는 심사위원이라면 10점이죠.

 

사람이 행복해지는 게 어려우면서도 어찌 보면 단순한 게 가치판단의 무게 중심이 내 안에 있으면 되거든요.
천체들도 보면 무게중심이 그 천체 안에 있으면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무게중심이 밖에 있으면 궤도가 자꾸 섭동이 되는 거예요.
저는 가치 판단의 기준도 자기 안에 있을 때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도 괜찮고요.

 
 
심채경이 사랑한 인간은 심채경이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게 참 멋졌고 부러웠다. 심채경 심채경 신나는 노래~ (좋다는 얘기)
 
 
 
 
 
 
2.
3화 게스트로 정서경 작가님이 나온다. '정서경'이라는 이름만 들어봤었는데 생각보다 더 어마 어마한 그의 커리어... (두둥) 영화 <헤어질 결심>, <아가씨>, 드라마 <작은 아씨들>, <마더>까지... 특히 <작은 아씨들>은 정말 재밌게 보고 드라마를 즐기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라 작가님에게 관심이 확 갔다.
 

정 작가님은 캐릭터들을 만들 때 결점을 먼저 생각해본다고 한다. '어떤 인물을 사랑하는 건 그 사람의 장점 때문이 아니라, 결점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다.' 라며 등장인물의 결점을 하나씩 말하는데 정말 그랬다. 정이 많이 갔던 캐릭터는 밉지 않았는데 그걸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말이다.
 
<작은 아씨들>에서 인주가 돈 욕심을 내는 건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경이가 정직하게 구는 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를 보는 동안 인주의 편이었고 지금 와서 보니 인주를 사랑했나 보다.
 
 
 
 
 
 
3.
중학교 미술시간에 뒤샹과 <샘>의 의미에 대하여 열심히 외웠다. 당시에는 '이런 것도 예술이라고~ 쯧쯧... 현대 예술 참 근본 없구먼!' 정도로 생각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이렇게 설명을 듣고 보니 또 새로운 것이다. 
 
 

There really is no such thing as art.
There are only artists.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예술가들이 있을 뿐이다.

 
 
 
사진기가 등장하면서 사실을 재현하는 도구로서의 미술은 사라졌다. 그러나 예술이라고 명하면 예술로서 존재할 수 있다. 뒤샹의 '소변기'가 '샘'으로 남아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사진과 미술이 경쟁하지 않듯 AI와 인간 역시 경쟁구도가 아닐지도 모른다. 물론 이를 위해서 해결해야 할 다른 일들이 있겠지만 말이다. 예술을 예술로 만드는 것이 예술가라면, 삶에 의미부여를 하는 것은 누구일까?
 
나는 작은 아씨들의 인주를 사랑하지만 현실의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슬프게도 나는 결점을 수용하지 못한다. 장점이 여러 개 있어도 단점 하나가 보이면 장점을 다 잡아먹곤 했다. 엄격한 마음이 의미를 만들지 못했고 시행착오를 견디지 못해 도망치곤 했다.
 
의미가  절대적이 아니라 개인적이라면, 시작하고 끝내는 동기가 감정이 아니라 결심이라면, 실수는 필연이고 완벽은 환상이라면, 나는 잘못 살고 있다. 그러나 나를 구슬려 살게 만든 것도 이렇게 구린 나겠지. 희망적인 것은 내가 대담하지 못한 인간이라는 점이다. 대담한 인간이라면 어떤 날 뛰어내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용기 없는 인간이라서 잘 살아 있다. 앞으로도 그런 용기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나를 온전하게 사랑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병신 같은 짓을 하는 나를 외면하지 않고 바라볼 용기정도는 만들고 싶다. 억지로라도 의미를 부여하다보면 괜찮을 수도 있으니까.
 

 

 
 
 
추신. 유튜브 클립으로 올리지만 풀영상으로 보세요. 그냥 마음에 평화에 좋습니다. 긴 영상이. 티빙에 있습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잡학사전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의 모든 인간을 탐구하며 나조차 알지 못했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시간
금 오후 8:40 (2022-12-02~)
출연
장항준, RM, 김영하, 김상욱, 이호, 심채경
채널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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