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나 지금이나 삶이 굉장히 막막하다고 느꼈다. 예나 지금이나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유난히 잘하는 것도 없었으니... 뭐. 그러니까, 이럴 바엔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나에게만 있는 유별난 생각이 아니라는 것도 알기에 삶이 웃긴 거 같다. 다들 웃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홀로 남겨진 방 안에서는 낑낑대는 것이.
1년, 6개월, 3개월... 이런 식의 시간 제한이 사람을 쪼면서도 통쾌할 때가 있다. 시험 기간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 것처럼. 무한한 자유시간에는 뭘 해야하나 궁리하며 힘들었지만 시험 기간에는 시험에만 집중하면 시간이 흘러갔다. 매번 시험이 끝나도 이렇게 빡세게 살아야지 마음 먹었지만 강제성도 의욕도 없는 목표는 스러지기 일쑤였다.
그런 면에서 주인공과 내가 겹쳐졌다. 깔려진 레일을 달리는 일은 (나름대로) 어렵지 않았지만, 우리는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죄' 가 있었다. 레일이 사라지는 그 순간, 사실 없어짐을 인지한 순간부터 불안하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 사실 이 말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들은 이미 나에게서 멀어진 거 같고, 그렇다고 그렇지 않은 일들을 하기에는 불안하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맘, 그런 재미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닥치는 대로 부딪쳐 봐. 무서워서, 안 해본 일이라서 망설이게 되는 그런 일일수록 내가 찾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책은 재밌다. 근데 책 제본이 별로였다. 여러 표지 중에 서점에 있던 파란 녀석으로 샀는데 책이 쫙쫙 펴지지 않는 고통이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이 돈과 교훈을 얻는 주요한 장소가 긴자의 '호스티스'다. 이 점은 해당 업종을 미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일이 돈도 잘 벌고- 아니 일단 건전하구나! 라는 생각. 따라서 정말 힘든 상태의 여성이 읽었을 때 혹할 수도 있으니 권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