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독서가

MBTI 불신론자의 MBTI 뿌시기 : 책 <성격을 읽는 법>

구새주 2020. 9.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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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는 늘 핫하다.

 

요즘 들어 더더더 MBTI 이야기가 많아진 것 같다. 나는 성격을 16가지로 구분한다는 MBTI에 대해서 완벽한 불신론자였는데 (그래서 이에 반박하는 책도 사서 본 적이 있다! 아마도 17년도.) 잊을 만하면 나오는 이 성격유형검사가 과연 믿을 만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밈처럼 쓰이는 MBTI 성격 짤들을 보면 이런 성격이 좋은 거다!라는 냄새가 풍긴다. 이미 설명에 성격에 대한 가치판단이 들어가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T는 남의 감정 따위는 모르는 냉혈한이고(부정적), E여야만 인싸고(긍정적), P는 너무 계획이 없고(부정적). 뭐 이런 것들 말이다. 아마도 이런 짤들은 E?FJ가 만들어내는 걸듯. 왜냐면 얘네만 좋은 이미지를 가져간다. (장난이에요^^) 애니웨이, 이런 짤들을 보면 볼수록 MBTI가 싫어졌다. 지금도 싫다.

또, 사람들이 MBTI검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16 personality사이트의 성격유형에 대한 설명이 너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공신력이 없는 사이트라고 합니다.) 결과의 근거라고 할 수 있는 E, I /N, S/ F, T/ J, P네 가지 요소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 부분은 생략되어있고 결과만 ENTJ는 이렇습니다! 두둥! 나와있어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러니까, MBTI가 믿을 만한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졌기 때문에 매우 즉흥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더 나은 인간관계를 위한 MBTI 심리학’ - 그러니까, 타인 이해를 목적으로 한 책이라 이 내용에 페이지가 상당부분 할애되어 있었다. 적당히 뛰어넘으면서 읽긴 했지만 결국 왜 4가지 요소(E,I /N, S/ F, T/ J, P)가가 기준이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ENTJ는 이렇습니다! 두둥!> 식의 선전포고에서 벗어나 4가지 요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다 보니 나름 논리를 가지고 만들었구나, 하는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나는 MBTI 검사를 할 때마다 성격이 바뀌는 경우가 잦아서 더 불신했던 거 같다. ‘E와 I의 중간에 있는 나 같은 사람은 뭐 어쩌라는 거야?’라는 마음이 좀 있었는데,

내향성과 외향성, 2가지 다일 수는 없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수는 없다. 그러나 덜 익숙한 손을 사용할 때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황에 따라서는 타고난 기질과는 반대되는 편을 활용하기도 한다. 달리 말하면 한쪽을 주로 사용하지만, 다른 쪽을 완전히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필자의 글을 보고 웃음이 났다.


필자는 강력하게 성격은 정해져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 지점이 역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타고난 성별, 유전자, 태어난 국가와 같이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것이다. 또 (비교적) 타고난 성질이라고 할 수 있는 유아시절의 성격과,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경험한 청소년기의 성격이 사뭇 달라져 있던 나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에 이해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성격은 고정되어 있다’는 점을 포인트로 삼고 MBTI 검사를 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의 나보다는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서 검사해야 ‘타고난’ 성격을 검사한다는 MBTI에 맞는 측정법이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성격에 변동이 많은 타입은 그래서 계속 유형이 바뀌었던 거 같다.




위에 근거해서 MBTI를 고민해봤을 때, 나는 의심할 여지없이 ISTP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는 강한 확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또 흐물흐물하네요... 0912 추가) ISTP에 대한 설명이 다 잘 들어 맞아서가 아니라, 4가지 요소(E,I /N, S/ F, T/ J, P)각각의 우열을 스스로 고민해봤을 때 나온 결과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I라고 해서 인간관계에 소극적인 편이 아니라는 거다. 애초에 E/I의 구분점이 ‘인간관계에 소극적이냐’가 아니라는 것도 어떤 사람에게는 놀랄 만한 정보일 것이다. 간단히 판단 기준만 정리하자면 이렇다.

E,I : 에너지를 어디에서 얻고, 어떤 방향으로 쏟느냐 (E-외부/I-내부)
N, S : 정보를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느냐 (N-육감(직관)/S-오감(감각))
F,T :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리는가 (F-주관/T-객관)
J, P :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는가 (J-판단(빠른 결정)/P-인식(정보 흡수, 개방적))


여기서 우리가 밈처럼 쓰이는 구분과 비교해보세요. 밈과 달리 찐은 가치판단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여기선 '좋은 성격'의 조합이 ESTJ 가 되겠네요. 이런게 하나의 편견과 강요를 낳는다니까?



4가지의 조합에 따라서 성격에 대한 묘사가 확확 달라진다. 성격유형에 따른 기능의 계층적 순서’가 존재하기에 같은 I유형이라 하더라도 주 기능이 무엇인지, 가장 덜 발달한 기능이 무엇인지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지는 것이다. 생각보다 MBTI가 다양한 변수를 계산해서 만들어 졌음을 알 수 있었지만 그 근거에 대한 설명은 나와있지 않아 아쉬웠다.

예를 들어, ISTP형의 1위 기능은 사고(T)이고, 2위는 감각(S), 4위는 감정(F)이다. 비슷해 보이는 ISTJ의 경우 1위는 감각(S), 2위는 사고(T), 4위는 직관(J)이다. 서로 1,2위도 다르지만 4위를 한 번 보자면 ISTP같은 경우 ‘감정(F)’에 가장 어려움이 있고, 이에 비해 ISTJ는 더 나은 ‘감정(F)’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4가지 기질 (SJ:전통주의자, SP:경험주의자, NT:관념주의자, NF:이상주의자)로 구분하기도 한다고.




아 이렇구나~하면서 후루룩 후루룩 읽다 보니 2시간만에 완독 해버렸다.기본적으로는 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데 큰 만족감을 가지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을 통해 앞으로 만날 사람들의 MBTI를 가지고 재밌게 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반복하는 말이지만- MBTI는 '타고난' 성격유형을 확인하는 지표다. 여기에 매몰될 이유가 전혀 없다.






*ISTP: 개인주의 성향으로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을 좋아하며, 활동적이고 위험한 일을 좋아하고(I인데 이 부분을 잡은 게 신기하다!), 논리적인 분석력을 요하는 일에 잘 맞고 적응력이 뛰어나다. 변동성이 큰 인간의 모순과 불합리성이 실망스럽기 때문에 갈등 회피를 하며 내면의 감정이나 두려움을 얘기하지 않는다.






제목: 성격을 읽는 법 (부제: 더 나은 인간관계를 위한 MBTI 심리학)
지은이: 바버라 배런 티저, D. 티저
읽은 날짜: 20.03.31
작성일: 20.04.05

 

 

 
성격을 읽는 법(리커버)
성격유형모델 응용 분야 최고 권위자 폴 D. 티저와 바버라 배런-티저의 역작 〈성격을 읽는 법(The Art of Speedreading People)〉이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스페셜 리커버 에디션으로 출간됐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심리학자 카를 융의 성격유형 이론을 바탕으로 캐서린 브리그스와 그녀의 딸 이사벨 마이어스, 손자 피터 마이어스가 70년에 걸쳐 개발한 심리검사다. 총 16가지로 성격을 분류하는 이 검사는 〈포춘〉이 인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서 조직 및 인사 관리에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과학 및 임상적으로 검증되어 있다. 이 책은 MBTI 프로그램으로 분류한 16가지 성격 유형을 각각 상세히 설명하면서, 각 성격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자신이 어떤 성격이고 어떤 행동 패턴을 지니고 있는지를 파악한다면, 즉 ‘사람의 성격을 읽는’다면 인간관계가 훨씬 더 원활해질 것이다.
저자
폴 D 티저, 바버라 배런-티저
출판
더난출판사
출판일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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