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독서가

걱정하는 게 걱정이야 : <행복의 정복, 버트런드 러셀> (2)

구새주 2021. 8. 1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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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알 수 없는 죄책감에 대하여 / 책 <행복의 정복, 버트런드 러셀> (1)

지금 나는 삶을 즐기고 있다. 무엇보다도 내가 삶을 즐기게 된 주된 비결은 자신에 대한 집착을 줄였다는 데 있다. 나 또한 자신의 죄와 어리석음, 결점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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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은 과로라고 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은 과로가 아니라 특정한 종류의 걱정이나 불안이다.

감성적 피로가 가진 문제는 그것이 휴식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사람은 피곤할수록 그 피곤에서 벗어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걱정의 심리학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나는 이미 정신적 훈련, 즉 적절할 때에 문제를 생각하는 습관에 대해서 말한 바 있다. 정신적 훈련이 중요한 이유는, 첫째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도 그 날의 일을 해낼 수 있게 한다는 점, 둘째 불면증을 고쳐준다는 점, 셋째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 효율성과 분별력을 증진시켜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잠재의식 또는 무의식까지 건드리지는 못한다. 심리학자들은 무의식이 의식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상당히 많은 연구를 해왔다. 그에 비하면 의식이 무의식이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훨씬 적은 편이다. 하지만 후자는 정신 건강의 면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이성적 확신이 무의식의 영역에서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후자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의식적인 생각들을 무의식 속에 숨기는 과정'은 충분히 계획적으로 진행시킬 수 있는 일이며, 이렇게 한다면 무의식의 도움을 받아 여러 가지 유익한 일들을 할 수 있다. 내가 알아난 사실을 예로 들겠다. 상당히 어려운 주제에 대해 글을 써야 할 경우, 나는 최선을 다해 계획을 세운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몇 시간 또는 며칠 동안 아주 집중적으로 생각한다. 있는 힘을 다해서 최대한 집중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고 나서 시간이 흐르노라면 일이 보이지 않게 진행되면서 생각이 정돈된다.







걱정은 두려움의 한 형태이며, 모든 두려움은 피로를 빚어낸다.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인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특정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있다. 모든 종류의 두려움은 그것을 직시하지 않으면 더욱 심해진다. 생각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시선조차 마주치고 싶지 않은 어떤 무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오히려 부추기는 꼴이 된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은 그 문제를 맞닥뜨려야 할 때를 제외하면 털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한시도 쉬지 않고 지나치게 고민하는 것보다 꼭 필요할 때에 적당하게 고민하는 침착한 태도 기르면 행복과 능률을 엄청나게 증진시킬 수 있다. 곤란하거나 심각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에는 모든 자료를 이용할 수 있을 때 즉시 그 문제를 깊이 숙고해서 결정을 내려라. 일단 결정을 내린 다음에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결코 그 결정을 번복하지 마라. 망설임만큼 심신을 지치게 하면서 쓸데없는 것은 없다.

모든 종류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이성적으로 침착하게, 그러나 매우 집중적으로 그 두려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 두려움에 대해 친숙한 감정이 들게 된다. 이러한 친밀감이 생기면 마침내 두려움의 칼날은 무뎌지고, 모든 문제가 따분한 것이 되고, 두려움에서 벗어나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걱정하고 있는 문제가 대단치 않은 것임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걱정을 줄일 수 있다. 나의 행동은 내가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며, 결국 내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또한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마치 인생의 행복을 끝장나게 할 것처럼 보이던 심각한 고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사그라져, 나중에는 그 고민이 얼마나 강렬했는지조차 거의 기억할 수 없게 된다.





행복한 인생이란 대부분 조용한 인생이다.





피로는 대체로 자극에 집착하는 데서 생긴다. 여가 시간을 잠자는 데 투자하는 사람은 피로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따분한 근무 시간을 보내고 난 사람은 자유 시간에 즐겁게 지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쉽게 접할 수 있고 겉보기에 너무나 매혹적으로 보이는 쾌락의 대부분은 신경을 혹사시킨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권태를 인간 특유의 감정으로 생각해왔다. 사실 짐승도 우리에 갇히면 무기력해져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하품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연에서 활동하는 짐승들은 권태와 비슷한 것을 경험하지 못한다. 짐승들은 불행할 수는 있겠지만 권태롭지는 않을 것 같다.

백 년 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사람들이 느끼는 권태감은 더욱 심해진다. 중세의 어느 마을에서 겨울을 맞은 사람들의 단조로운 삶을 상상해보라. 사람들은 읽고 쓰기도 할 줄 몰랐으며, 어둠을 밝힐 수 있는 것은 촛불밖에 없었고, 길을 거의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마을에서 찾아온 사람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 당시의 생활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지루했으며 마녀 사냥의 관습만이 겨울 저녁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유일한 소일거리였을 것이다. 전쟁, 학살, 박해 등은 모두 부분적으로는 권태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방편이었다. 인류가 저지르는 죄의 절반 이상은 권태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도덕주의자들은 권태를 심각한 문제로 여긴다.


그렇지만 권태가 전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권태에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과 황폐하게 하는 것, 두 종류가 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권태는 약물이 없는 곳에서 자라나고, 삶을 황폐하게 하는 권태는 활기찬 행동이 없는 곳에서 자라난다. 권태의 반대말은 즐거움이 아니라 자극이다. 자극이 지나치게 많은 삶은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다. 끊임없이 감격을 느끼기 위헤서 점점 더 강력한 자극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전날 밤의 즐거움이 크면 클수록 아침의 권태는 더 깊어지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많은 자극은 모든 종류의 즐거움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

나는 극단적으로 자극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다. 문제는 그 양에 있다. 어느 정도의 권태를 견딜 수 있는 힘은 행복한 삶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이것은 젊은 사람들이 배워야 하는 것 가운데 하나다.



훌륭한 책들은 모두 지루한 부분이 있고, 위대한 삶에도 재미없는 시기가 있다.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단조로운 삶을 견디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영화 구경이나 맛있는 음식 같은 수동적인 오락거리를 너무 많이 제공하고 있다. 부모들은 특별한 때를 제외하고 날마다 비슷한 생활을 하는 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린아이는 주로 자신의 노력과 창조력에 의지해서 스스로 환경으로부터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위 내용은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 4, 5장 중 일부를 발췌하여 정리한 글입니다.

 

 
행복의 정복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친 20세기의 지성으로 유명한 러셀이 쓴 단 한 권의 행복론. 행복이란 끊임없이 쟁취해야 하는 것이라는 러셀의 목소리를 담은 이 책은, 행복 자체를 회의하게 만들 정도로 불쾌한 인간의 여러 속성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면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와 행복으로 가는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떻게 행복해질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러셀 특유의 명쾌한 답면으로 인생의 의미와 지향을 제시함으로써, 한없이 약하면서도 한없이 위대한 인간을 읽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저자는 인간이 불행을 느끼는 일상적 원인을 분석하면서 그 극복 방안을 제시한다. 러셀이 생각하는 행복의 비결을 다룬 2부에서는 삶에 대한 열정과 폭넓은 관심을 강조하고, 사랑의 신비, 일의 소중함에 대해 언급한다. 특히 가족에 대한 분석에서는 저자 특유의 통찰력이 빛난다.
저자
버트런드 러셀
출판
사회평론
출판일
200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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