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혹은 생각

[생각] 종교는 추상적인가 현실적인가? : 템플 스테이를 다녀온 인간의 생각

구새주 2022. 10. 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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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정말 일절 없는 그냥 본인 생각.


이 이후로 템플 스테이를 한 번 더 갔습니다. 이땐 남다른 감회나... 뭐시기가 없었습니다. 그곳에 대해선 추후에 정보를 올릴 수 있을 것 같으네요.

 




#1
“템플스테이를 가보고 싶다!”

언제 시작된 욕구인 줄 모르겠다. 주변에서 이렇다 얘기해준 것도 아니고 관련된 유튜브라던가, 티비라던가, 글을 본 것도 아니다. 템플 스테이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글자 그대로 ‘불현듯’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또 열심히 찾아봤다. 찾아보니 템플 스테이 중 유일하게 바다를 낀 절이 눈에 띄었다. 이왕 간다면 꿩 먹고 알 먹고, 여기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후기를 자세히 보니 나름 이 템켓팅이 치열한 거다. 누구는 예약 오픈일을 기다려서 예약하기도 한단다. 직접 들어가 보니 그랬다. 에이, 글렀네.

 




#2
<예약이 안 돼서 못 갔습니다>는 반쪽짜리 정답이다. 솔직히 두려운 것도 있었다. 그래서 예약이 어려운 걸 알았을 때 다행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안전에 유난히 예민하다. 특히 한옥은 잠금장치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템플 스테이를 예약하려는 순간 ‘방범 상태가 괜찮은가?’ 하는 걱정이 시작됐다.

[걸쇠가 제대로 있나? 마스터키가 있어 악용하면 어쩌지? 혹시 이상한 사람이 있으면 또 어떡해? 그럴 때 잘 대처할 수 있을까?]의 무한 굴레에서 돌다 보면 ‘에이~ 안 가 안 가!’ 하고 등을 돌리게 된다. 걱정 덕분에 여러 모로 대비해 잘 헤쳐나간 적도 많다만 어떤 걱정은 지치다 못해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완전히 포기하면 걱정은 끝났을지도 모릅니다만…

짜잔! 아니었습니다.

말로는 안 한다고 하고 속으로는 가면 어떨까?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지치고도 기대하게 만들며 시간은 흘렀다. 그렇게 고민에 지쳐가며 그냥 결론을 내렸는데- 일단 결제해보고, 영 마음이 아니다 싶으면 취소해야겠다! 는 결정.

(*추가: 원하던 일정에는 신청이 어려웠지만, 다른 일정은 신청이 가능했고 그걸 그냥 신청했습니다)




#3
엄마랑 다퉜다. 뚱한 상태에서 템플스테이 얘기가 나왔고, 나는 막상 가려니까 두렵다고 말했다. 엄마는 이상한 데서 쿨하다. ‘나는 가보는 거 좋은 것 같아.’라는 한 마디에 마음이 놓였다.




#4
하루 종일 걷고, 활동하고, 정해진 시간에 밥 먹고 자면서 아무 생각 없이 3일을 지냈다. 그곳에 가기 전까지는 세상에서 제일 늦게 자고 일어나는 사람이었지만 나는 메타몽처럼 변했다. 꼬박꼬박 새벽에 일어나 일출을 보러 나갔다. 절의 이곳저곳을 본답시고 쉬는 새 없이 걸어 다녔다.

절을 하며 자신의 소원을 비는 사람들도 봤다. 예전이라면 그걸 우습게 알았을 거다. 그런다고 뭐 이뤄지나? 한심하게 평가했을 것이다. 불교에서만 한정 지어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종교가 무익하다고 생각했다. 신이 어디에 있으며, 뭐 저런다고 달라지겠냐는 회의주의자에 비관론자였다. 내 삶이 풍요로웠다면 딱히 회의론자가 되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뭐 어쨌든 그랬다.

지금도 비슷하다. 신이 어디에 있고, 그 신을 믿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종교의 유익성에 대해서는 납득한다. 종교가 주는 루틴이 있고, 장소와 집단이 있다. 거기서 오는 안정감이 있을 것이다. 그 자리에 앉으면 때론 무언가를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협박도 있겠지만 대부분 좋은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주기적으로 특정 장소에 방문해 좋은 이야기를 듣고 특정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음은 이익 집단에서는 줄 수 없는 것이다. 어찌 보면 대학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합법적으로 자신의 소원을 이야기할 시간이 있다. 비종교인의 욕망은 상대적으로 내재된다. 가정에서 충족시켜주지 못할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종교인은 여러 번 내뱉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이게 부모의 영역까지도 보완해 준다. 무언가가 나를 지켜본다, 지켜준다는 믿음. 그게 사람을 꽤 생기 돋게 만들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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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를 하며 무언가를 기원하는 중년의 여성을 보았을 때, 이러한 행위를 비아냥거리며 실쭉댔던 과거의 내가 겹쳐졌다. 나보다 훨씬 멋진 도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말한다고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나는 용기 내서 무엇을 원한다고 외쳐본 적은 있는가? 하는 마음에 부끄러웠다. 그리고 말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마음을 잘 들여다보게 되게 되고 그게 또 다른 시작이 되기도 한다. 아무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야 훨씬 ‘실용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종교인이 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냥 용기 내서 내 욕구를 말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는 얘기다. 소리 내서 했는지, 마음속으로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108배를 드리며 외쳤으니 적어도 그 정도는 중얼거리지 않았을까 싶다.

어째 불교의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깨달음을 얻어온 것은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 욕구를 안다는 것은 내 마음과 감정을 안다는 것 아니겠나. 일단 나는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하기에 그다음 단계는 다음으로 미뤄두겠다.



#5
템플스테이가 끝난 후 삼삼 오오 놀러 갔다. 혼자 온 사람들도 짝을 지어 떠나기도 했다. 평소의 나라면 분명 갔을 텐데, 영 힘이 남지 않았다.

그래서 기쁘게 집으로 돌아왔다. 잠깐 떠나는 시간 동안 안전에 대한 걱정이 산더미 같았는데, 모든 것은 안전하고도 평화로웠다. 주어지는 것들에 감사하라는 그 뻔한 말이 마음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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